조석(tides)은 바다에서 매일 주기적으로 해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상입니다. 해면이 오르내림에 따라 바닷물은 해변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가며 해변에 세워놓은 모래성을 무너뜨리곤 합니다. 조석에 관한 지식은 해변에서의 생태 관찰, 조개잡이, 파도타기, 고기잡이, 해안 방재체계 구축 등 모든 해안 활동에 매우 중요하며 수백 년 안 거의 모든 항구에서는 정확한 조석관측을 해 왔습니다. 조석을 일으키는 힘은 간단히 지구에 미치는 달과 태양의 중력이 조석을 일으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조석은 지구에 미치는 중력과 지구-달-태양의 운동의 조합으로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기조력
뉴턴의 중력(만유인력) 법칙으로 지구-달-태양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대해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들 천체들 사이의 궤도운동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태양과 행성, 달이 비교적 고정된 궤도를 따라 움직이게 하는 힘은 바로 중력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라고 잘 알고 있지만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두 물체는 질량의 합의 중심인 공통중심(barycenter)을 중심으로 공전합니다. 지구와 달 사이에서의 공통중심은 지표면 아래 1,600km에 위치합니다. 공통중심이 왜 두 천체 사이의 한가운데 있지 못할까요? 이는 바로 지구의 질량이 달의 질량보다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이는 달과 지구를 막대기 양 끝에 얹어놓고 들면 한쪽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거운 망치 머리와 가벼운 자루로 된 큰 쇠망치를 떠올려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쇠망치의 중심은 아마 쇠망치의 머리 안쪽 어디일 것입니다. 이 쇠망치를 공중으로 던지면 공통중심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질 것입니다. 이는 지구-달 체계의 공전 운동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지구와 달이 서로 인력으로 끌어당기고 있는데도 왜 서로 충돌하지 않을까요? 바로 인력와 운동이 서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력과 운동의 결합으로 두 물체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궤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2. 달에 의한 조석해면
이상적인 지구에 이상적인 바다를 떠올리면 지구상의 조석은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이상적인 지구에서는 달 방향과 반대 방향의 두 방향으로 해면이 부풀어 오르는 달 조석해면(lunar bulge)이 형성됩니다. 이상적인 바다는 수심이 일정하고 바닷물끼리는 물론 바닥과도 마찰이 없는 바다를 뜻하는데, 뉴턴이 지구상의 조석을 설명할 적에 사용한 개념입니다.
달이 적도 상에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는 적도상의 양쪽에서 해면이 가장 많이 부풀어 오릅니다. 따라서 적도 상에 서 는 사람은 매일 두 번의 고조를 만나게 됩니다. 고조와 고조 사이의 시간을 조석주기(tidal period)라 하는데 아마 12시간이 될 것입니다. 만약 적도에서 남북 어느 방향이든 더 높은 위도로 간다면 조석 주기는 같으나ㅡ위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조석해면이 조금 덜 부풀어 오른 곳으로 간다는 뜻이기 때문에ㅡ고조는 적도에서보다는 낮아집니다.
조석은 태양일이 아니라 태음일을 따라 일어나기 때문에 지구상 대부분의 곳에서 고조는 12시간 25분 간격으로 일어납니다. 태음일[lunar day; 조석일(tidal day)이라고도 함]은 한 시점에서 달이 남중(달이 바로 머리 위에 위치함)했을 때부터 다음 남중할 때까지의 시간으로 24시간입니다. 왜 태음일은 태양일보다 50분이 더 길까요? 24시간 동안에 지구는 완전히 한 바퀴 자전하는데, 그동안 달은 지구 주위 궤도를 동쪽으로 약 12.2º 진행합니다. 따라서 달이 여전히 관측자의 머리 위에 있도록 하려면 지구가 50분을 더 돌아 달을 따라잡아야 합니다. 태양일과 태음일과의 차이는 당연히 조석에 나타납니다. 오늘의 고조는 어제의 고조보다 대략 50분 늦게 일어나며 달도 매일 밤 50분씩 늦게 뜹니다.
3. 태양에 의한 조석해면
태양 역시 조석을 일으킵니다. 태양도 달과 같이 태양 쪽과 그 반대 방향으로 해면을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태양 조석해면(solar bulges)은 달 조석해면보다 작습니다. 태양의 질량이 달보다 2,700만 배나 더 크다고 해서 기조력도 그만큼 더 크지는 않습니다. 이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390배나 되기 때문입니다. 기조력이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태양 기조력은 달 기조력에 비해 390의 세제곱, 즉 대략 5,900만분의 일 정도로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태양 기조력은 달 기조력의 27/59, 즉 46% 정도가 됩니다. 따라서 태양 조석해면도 달 조석해면의 46%정도에 머물게 됩니다. 달에 의한 조석은 태양에 의한 조석의 약 2배가 되는 셈입니다.
지구에 미치는 달 기조력이 태양 기조력의 2배가 된다고 해서 태양의 중력이 달의 중력보다 작은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지구에 미치는 태양의 총 중력은 달에 의한 것보다 엄청나게 큽니다. 하지만 지구 직경이 지구-태양 사이의 거리 또 해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지구상 각 지점에서의 태양 중력의 차이가 작습니다. 이와 반대로 지구의 크기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에 비교하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요약하면 달의 질량이 태양에 비해 매 작아도 지구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지구상의 조석은 주로 달이 지배하게 됩니다.
4. 지구자전과 조석
조석으로 바닷물이 해안으로 밀려오고[창조(flood tide)] 또 해안에서 쓸려 나가는[낙조(ebb tide)]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조건에서 생각하면 조석은 지구자전으로 각 지점이 달과 태양에 의해 형성된 조석해면 속으로 이동하는 것일 뿐입니다. 요약하면 고조와 저조는 달과 태양에 의해 형성된 조석해면 속에서 지구가 규칙적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